‘114 상담원 개그’로 사랑받던 개그맨 김영철. 이제 그는 ‘영어 강의하는 개그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요즘 그는 기업세미나, 대학강의, 영어교육책 저술 등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교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김영철 씨죠”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에게서 아직은 개그맨 이외의 호칭에 대한 어색함이 묻어났다.
노랑머리 외국인들 앞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자 영어공부를 하게 됐다는 그는 이제 아리랑TV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고 외국 신문사와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할 만큼 영어에 관한 한 자신감 있는 개그맨이다. 다음은 영어강의하는 특별한 개그맨, 김영철과의 일문일답.
-영어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개그맨으로서 영어를 공부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비전, 목적, 지경’이라는 단어를 교회 다니면서 알게 됐다.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면 영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회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말한 것이 있었다. 미국 코미디 쇼에 진출할 거라고. 그런데 내가 다니고 있는 충신교회의 박종순 목사님이 ‘아직도 열심히 영어공부 하고 있니?’라고 물어보셨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네 목사님, 제가 조만간 외국인 예배 통역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했다. 그때부터 영어공부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를 하게 됐고, 목사님도 기도해 주셨다. 그 때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다.”
박미선 선배의 전도와 성실함 덕분에 신앙 시작
-신앙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박미선 선배님이 전도해 주셨다. 박미선 선배님과 이성미 선배님이 자꾸 교회 다니자고 하더라. 그러다 결국 교회에 다니게 됐다. 그리고 1년 반을 미선 누나가 주일에 깨워주셨다. 처음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전화 안 받으면 안 나가는 거고, 받으면 가는 거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미선 누나의 성실함, 인내심에 난 안 바뀔래야 한 바뀔 수가 없었다.
미선 누나를 보면 ‘존경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미선 누나는 8, 9개의 방송을 하는 방송인이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며느리이자 자녀들의 어머니다. 그런데 그 모든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볼 때 존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누나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철아, 이렇게 살아가는 내 자신이 답답할 때가 있지? 일찍 들어가야 되고, 술 마시면 안 되고, 여행 가고 싶지만 또 내일을 위해 참고.’ 이렇게 말하는 미선 누나가 참 답답해 보이지만 반듯해 보여서 좋다. 그런 미선 누나를 보면 ‘저 모습이 20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한결같이 사랑을 받은 비결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신앙생활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성경공부를 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요즘 주일날 한 번 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매주 목요일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내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아 좋다. 또 교회 다니는 분들 중에 참 좋은 분들이 많아 좋다.”
예전엔 유재석, 강호동 선배가 꿈이었지만…
-성경 말씀이 진리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
“내 상황과 설교말씀이 딱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까요.’ 설교 첫마디부터 나의 상황과 완벽하게 겹쳐지는 그런 상황이 닥치면 성경 말씀이 진리라고 느껴진다. 그런 타이밍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한다.”
-아직 ‘초보신앙’인데 신앙생활에서 힘든 점은 없는가.
“신앙이 어려서 그런지 처음엔 바로바로 응답이 안 오면 그게 힘들었다. 기도했는데도 반응이 없을 때,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내 자신이 답답하고 힘들다.”
- 그러면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한 사람이 물었다. ‘행복하세요?’ 이 대답에 그 상황이 우울하건 나쁜 일이 겹쳤건 간에 ‘Yes! I am Happy!’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만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또 나 같은 경우 예전엔 ‘유재석이나 강호동, 신동엽’이 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는 나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냥 김영철로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최진실이 최진실이지 김태희는 아니니까 말이다.”
- 영어학원 에서 새벽 강의까지 꾸준하게 청강한 걸로 안다. 힘든 영어공부 기간을 참고 지속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금 목적이 이끄는 삶을 읽고 있다. 예전에는 꿈과 목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꿈이 있다. 그러니 어떻게 지속을 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나의 꿈은 외국 무대에서 노랑머리 외국인들 앞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것이다. 최근 조혜련 누나의 조언을 통해 그 꿈이 미국의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했다.
‘네 꿈은 뭐니?’ 라고 물었을 때 구체적으로 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난 영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일단 미국에 가서 여행을 하고 아리랑TV에서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구체적인 목표가 영어 공부를 지속했던 원동력이었다.”
영어 못하는 이유는 태도에 있다
-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며칠 전 대학 강의에 나갔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저는 전화 영어를 해봐도 안 되던데요?’라고 불평섞인 질문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3개월 이상 안 했으면 손 내려’ 라고 했더니 2개월 했다면서 손을 내리더라. 내가 말했다. ‘난 지금 전화 영어를 1년 6개월 동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외국인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 말이 안 나올 때가 많다. 그런데 고작 2개월을 하고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니? 최소한 3개월은 해봐야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어가 안 외워진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이 많다. 상담을 해보면 2, 3번 해 보고 안 외워진단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1만 번을 봐! 어떻게 단어를 2, 3번 보고 외울 생각을 하니?’ 라고 따금하게 충고를 해 준다.”
- 영어를 할 때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비결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태도에 있다.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나는 잘 하진 못하지만 까짓것 해 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보자.’ 이런 태도와 생각이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는 성경구절을 외운다. 또 다른 사람들이 자신감을 북돋워줄 때,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힘을 줘도 내가 안 받아들이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임민용 기자 mylim@chtoday.co.kr